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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n, Not Stirred" - 제임스 본드가 사랑한 마티니의 모든 것

by uncle jimmy 202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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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나서며 가장 마시고 싶었던 그 한 잔

"보드카 마티니. Shaken, not stirred."

1962년 <007 살인번호>부터 지금까지, 제임스 본드는 단 한 번도 이 주문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턱시도 차림의 숀 코너리가 카지노 바에서 여유롭게 마티니 잔을 기울이던 그 장면. 대니얼 크레이그가 <카지노 로얄>에서 베스퍼 마티니를 처음 맛보며 눈을 감던 순간. 이 칵테일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007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버렸죠.

왜 본드는 '흔든' 마티니를 고집했을까?

전통적인 마티니는 '저어서(stirred)' 만듭니다. 바텐더들은 지금도 마티니를 쉐이커에 흔들면 얼음이 부서져 칵테일이 흐려진다며 고개를 젓곤 하죠. 하지만 본드는 달랐습니다.

이안 플레밍의 원작 소설에는 그 이유가 나옵니다. 본드는 쉐이커로 흔들면 보드카가 더 차갑고 부드러워진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흔든 마티니는 작은 얼음 조각들이 떠 있어 더 차갑고, 공기가 섞여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에게 필요한 건 전통이 아니라 효율이었던 거죠.

 

마티니

클래식 마티니 vs 본드 스타일 마티니

클래식 드라이 마티니 레시피

  • 드라이 진 60ml
  • 드라이 베르무트 10ml
  • 올리브 가니쉬
  • 만드는 법: 믹싱 글라스에 얼음과 재료를 넣고 부드럽게 저어준 후 차가운 마티니 잔에 따른다

제임스 본드 스타일 마티니

  • 보드카 60ml (진이 아닌 보드카!)
  • 드라이 베르무트 10ml
  • 레몬 필 가니쉬
  • 만드는 법: 쉐이커에 얼음, 보드카, 베르무트를 넣고 15초간 강하게 흔든다. 차가운 마티니 잔에 거른 후 레몬 필을 올린다

본드가 선택한 보드카는 진보다 중성적인 맛을 냅니다. 깔끔하고 날카로운 맛. 마치 007의 성격처럼 말이죠.

 

영화 속 마티니 명장면 BEST 3

1. 카지노 로얄 (2006) - 베스퍼 마티니의 탄생

"고든스 진 3샷, 보드카 1샷, 킬레 블랑 반 샷. 잘 흔들어서 얇게 썬 레몬 껍질을 얹어주세요."

대니얼 크레이그의 첫 본드 영화에서 등장한 베스퍼 마티니. 본드가 사랑한 여인 베스퍼 린드의 이름을 딴 이 칵테일은 가장 복잡하고 감성적인 마티니입니다. 포커 테이블에서의 긴장감, 베스퍼와의 로맨스, 그리고 배신. 이 모든 감정이 한 잔에 녹아있죠.

2. 골드핑거 (1964) - "Shaken, not stirred"의 시작

숀 코너리가 처음으로 이 대사를 영화에서 말한 순간입니다. 골드핑거의 저택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본드는 여유롭게 마티니를 주문하죠. 이 장면은 본드의 캐릭터를 완성시킨 아이코닉한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3. 스카이폴 (2012) - 마티니 없는 본드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본드는 맥주를 마십니다. 상처받고 지친 본드의 모습. 마티니는 후반부에 가서야 등장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본드의 부활을 상징하는 장치가 됩니다. 마티니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본드의 정체성이었던 거죠.

집에서 완벽한 본드 마티니 만들기

필요한 재료

  • 고급 보드카 60ml (그레이 구스, 벨베데어 추천)
  • 드라이 베르무트 10ml (마티니 앤 로시, 돌린 추천)
  • 얼음 듬뿍
  • 레몬 또는 올리브

만드는 과정

1단계: 마티니 잔을 냉동실에 10분간 차갑게 준비합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금방 미지근해집니다.

2단계: 칵테일 쉐이커에 얼음을 가득 채웁니다. 본드처럼 제대로 하려면 아낌없이 넣으세요.

3단계: 보드카 60ml를 먼저 붓고, 베르무트 10ml를 추가합니다. 베르무트가 싫다면 더 적게 넣어도 됩니다. (Extra Dry!)

4단계: 뚜껑을 닫고 15초간 강하게 흔듭니다. 어깨가 시릴 정도로 흔들어야 제대로 차가워집니다.

5단계: 차가운 마티니 잔에 스트레이너로 거르며 따릅니다. 작은 얼음 조각들이 동동 떠 있는 게 정상입니다.

6단계: 레몬 껍질을 잔 위에서 비틀어 오일을 뿌리고 가니쉬로 올립니다. 올리브를 선호한다면 3개를 꼬치에 꽂아 넣으세요.

마티니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

  • 제임스 본드는 24편의 영화에서 총 27잔의 마티니를 마셨습니다
  • 원작 소설 속 본드는 평균 하루 3잔의 마티니를 마셨다고 합니다 (따라 하지 마세요!)
  • 베르무트 비율이 적을수록 'Dry'하다고 표현합니다. 윈스턴 처칠은 "병 쪽을 쳐다보기만 하라"고 했죠
  • 마티니 잔의 V자 모양은 칵테일이 빨리 따뜻해지지 않도록 표면적을 최소화한 디자인입니다

마티니를 즐기는 프로의 팁

온도가 생명입니다: 모든 재료는 냉장고에, 잔은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미지근한 마티니만큼 실망스러운 건 없습니다.

베르무트는 신선하게: 개봉한 베르무트는 한 달 내에 사용하세요. 상한 베르무트는 마티니를 망칩니다.

실험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본드도 상황에 따라 레시피를 바꿨습니다. 올리브 대신 깁슨 양파를 넣거나, 진과 보드카를 섞어보세요.

천천히 음미하세요: 마티니는 빨리 마시는 술이 아닙니다. 본드처럼 여유롭게, 한 모금씩 즐기세요.

마티니와 완벽한 페어링

마티니는 강한 알코올 맛 때문에 음식과 매칭하기 까다롭지만, 잘 맞는 조합은 환상적입니다:

  • 생굴: 바다의 짠맛과 마티니의 차가운 깔끔함이 완벽한 조화
  • 연어 카나페: 스모크 연어와 크림치즈의 고소함이 보드카의 중성미와 잘 어울림
  • 올리브와 치즈: 클래식한 조합. 마티니의 올리브와 같은 맥락
  • 스테이크타르타르: 프랑스식 생고기 요리와의 럭셔리한 매칭

 

bar만리향

본드를 위한 특별한 날

다음 주말, 제임스 본드 영화 마라톤은 어떨까요? 좋아하는 007 시리즈를 틀어놓고, 직접 만든 마티니를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보세요.

첫 모금을 마실 때, 본드가 왜 평생 이 칵테일을 고집했는지 알게 될 겁니다. 그건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닙니다. 마티니는 우아함, 여유,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의 상징이니까요.

"Shaken, not stirred."

이제 당신도 이 말의 의미를 압니다. 🍸


다음 편 예고: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사랑한 '코스모폴리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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